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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그 궁극의 끝은 언어의 만남 (언어 해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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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얼마 전 감격스러운 사건이 벌어졌어요. 2018.04.27.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11년 만에 다시 열리는 남북 최고 지도자들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지지만 “종전” “평화” “통일”을 얘기했다는 데서 그 무엇보다도 큰 의미가 있어요. 사진으로만 만나보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목소리와 말투, 실감 나는 표정들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구나, 역사적인 순간에 서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냉면을 대접하며 “멀리서부터 가져온 평양냉면을,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 발언은 좌중의 웃음도 끌어내고, 인터넷상에서는 하나의 유행어로 자리 잡기까지 했어요. 멀지 않은 땅덩어리에서, 같은 말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어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분단 선으로 나뉘어 살아온 지 벌써 60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용하는 단어나 억양에서는 묘한 이질감을 지울 수가 없어요. 처음 얼음보숭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의 충격처럼, 분명히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은 것이 바로 해석의 차이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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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에 남긴 서명은 내용과 필체 등으로 계속 회자하고 있어요.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역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 이라고 간단하면서도 진한 울림을 남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명록. 여기서 한가지 생소한 단어가 보이실 거예요. 바로 ‘력사’. 북한말은 두음법칙을 허용하지 않아요. 두음법칙이란, 단어 첫소리에 올 수 없는 자음에 대한 법칙으로, ㄴ 두음법칙과 ㄹ 두음법칙이 있어요. 특히 우리말에서는 첫소리의 ‘ㄹ’은 반드시 ‘ㄴ’으로 바뀌는데, 남한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 법칙은 북한에서는 사용되고 있지 않아요.
회담자료를 작성할 때도 쉽지 않았다고 해요. 가장 기초적인 ‘항목’을 설정하는 데서부터 차이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A 항’, ‘B 항’ 같은 조항조차도 북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니까요. 같은 언어를 쓰는 민족이라는 친근감이 들면서도 이런 작은 부분에서 툭툭 ‘다른 나라’라는 것이 느껴져요. 단어가 가지는, 그리고 단어가 이루는 언어가 가지는 힘이 바로 이런 것이에요.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했을 때, 언어 해석과 해독에 따른 문제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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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보다 조금 더 일찍 남한과 북한이 만난 일이 있었죠. 바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바로 그것. 같은 민족 사람들이 같은 운동을 함에도, 사용하는 용어들이 달라 어려움을 느꼈다고 해요. 흔히 쓰는 “패스”는 “연락”, “슛”은 “쳐넣기”, “윙”은 날개수 등이 그러해요. 그래서 아이스하키 용어집을 따로 만들어 쓸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언어의 해독에 괴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고 해요.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한글을 씀에도 불구하고 언어 해독에서부터 분명하게 나타나는 틈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큰 벽으로 존재했어요. 이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이전에 언어 해석에 따른 소통의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해요. 그만큼 언어는 단순히 말을 하는 도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 가치관, 개인을 넘어 사회와 문화까지 녹여내는 거대한 배경이에요. 친구끼리 대화할 때도 단어의 해석에서 오는 작은 오해가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는데 다른 언어와의 소통은 어떠할까요. 언어를 해석하고 해독하는 데서 오는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고 바로잡는 것이 바로 번역의 역할이에요. 서로의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하면서도 서로의 문화 내에서 오해가 없도록. 서로 좋은 의도로 말을 했는데 중간의 번역가가 잘못 오역을 해버리면 순식간의 냉랭한 분위기가 조성되죠.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이 번역가의 일이고, 번역가의 능력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번역가들은 늘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말이 외국에서는 모욕적인 인사로 들릴 수 있으니까요.
남한과 북한, 가깝지만 먼 두 나라. 이번 회담이 사람들에게 인상적으로 남았던 것은 통역이 필요하지 않은 “유일한” 정상회담이라는 사실이에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굳게 붙잡았던 두 손처럼, 마주했던 어깨처럼 남한과 북한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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